초등학교 교사 경력 23년의 김모(여·45·경기도 광명시)씨는 10여년 전부터 ‘흥부전’을 얘기할 때마다 ‘제비’를 설명하느라 애를 먹는다. 제비를 실제로 본 아이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인터넷을 뒤져 화상자료를 받아 보여주는 실정”이라며 안타까워했다. 1966년부터 10년간 경희대 연구팀의 제비 월동지 조사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던 이희종(李熙鍾·55·경기도 남양주시)씨는 “그 땐 작은 방바닥만한 그물 10개만 쳐도 하루 500마리는 잡았는데, 요즘엔 여름 농촌 들에 나가도 몇십마리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강남 갔다 돌아온다’는 제비가 부쩍 줄고 있다. 제비가 가장 빨리 찾아오는 제주 서귀포시의 경우 지난 30년 평균 첫 발견일은 3월 21일. 하지만 92년 이후 10년 동안 4.4일이나 늦어졌다. 지구온난화로 봄이 갈수록 빨리 오는 현상까지 감안하면 우리나라를 찾는 제비의 수 자체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방증이다. 급기야 재작년 서울시는 과거 흔하디 흔하던 제비를 ‘보호야생조류’로 지정하기도 했다. 제비가 사라진 가장 큰 이유는 논밭은 줄고 농약 사용량은 급증하면서 먹이인 곤충이 크게 줄었기 때문. 농림부에 따르면 경지면적은 1968년 232만ha로 최고를 기록한 이후 작년에는 187만ha로 20%나 줄었다. 반면 농약 사용량은 1980년(1만6000t) 이후 60%나 늘었다. 경희대 유정칠(劉正七·44) 조류연구소장은 “제비는 세계적으로도 토양오염 등으로 인해 개체수가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제비가 둥지를 틀기 쉬운 처마를 가진 재래식 가옥이 사라져가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아직 전통가옥이 많은 전남 해남에서도 제비를 보기 어렵긴 마찬가지다. 해남군 농업기술센터의 안병용(安秉勇·46)씨는 “20~30년 전에는 집집마다 처마에 한두 개씩 제비둥지가 있을 만큼 지천으로 널렸었는데 10년 전부터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고 했다. 조류 전문가들은 독성이 강한 농약 사용부터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9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ha당 농약 사용량은 10.4㎏으로 미국(1.96㎏)의 5배가 넘는다. 시인 안도현(安度 ·41·전북 전주시)씨는 “봄의 전령이자 보은(報恩)의 상징인 제비가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이들이 많다”며 “특히 자라는 아이들에겐 정서적으로도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2002년 3월 18일 (박돈규, 朴敦圭기자 coeur@chosun.com )